한나라당이 추진중인 ‘청소년 게임 심야 셧다운제’와 이를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7월 국회에 제출됐다. 이미 9월 11일에는 입법공청회가 있었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지도 모르겠다. 2005년 7월 17대 국회에서 처음 이 법안이 제출되었지만, 반대의견이 많아 폐기되었다가 18대 국회 들어 다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 법안의 요지는 청소년들이 심야시간에 온라인게임에 접속할 수 없게 하고 만약 게임을 하면 게임회사들을 제제한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되면 청소년들은 남의 주민번호를 도용하거나 부모의 아이디로 접속하는 불법적인 방법을 쓰게 될 것이 뻔한 데, 우리 아이들을 범법자로 몰아갈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에 솔직히 힘이 빠지고 어이가 없다.

게임회사의 대표로서 이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 혹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청소년들을 게임 중독에 몰아넣는 몹쓸 기업인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회사 대표이자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 조금 다른 시각을 전해주고 싶다.

몇 년 전 일이다. 법조계에 있는 친구의 급한 전화를 받았다. 그 친구의 심각한 걱정거리는 중학생 아들이 밤낮으로 게임만 하느라 학교 가기도 싫어하고 운동도 안하고, 컴퓨터만 붙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고민이었다. 며칠 고민하다가 게임회사를 경영하는 내가 생각나서 상담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오랜 상의 끝에 여름방학 동안 그 아이가 우리 회사에 매일 나와 원하는 게임을 실컷 해보도록 했다. 그리고선 그 아이가 좋아하는, 정말 만들고 싶은 게임에 대해 써보라는 숙제를 냈다. 한 달간의 게임 실습 후 아이가 제출한 A4 25페이지에 달하는 게임 기획서를 보고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획서 내의 상상력과 구성력, 논리력을 보면 이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아이인지를 알 수 있었다. 내 친구도 학교 다닐 당시 바둑에 미쳐서 살았던 적을 떠올리며 지나친 근심에서 벗어났다. 게임을 좋아한다고 무조건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소질과 능력을 잘 살펴서 스스로 장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청소년 게임중독은 주변의 환경적 요인들이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성적에 대한 지나친 스트레스, 부모와 대화 단절, 여가생활의 부재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없이 당장 눈앞의 효과를 위한 규제정책은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당장 손쉬운 방법으로 게임회사들을 규제한다면 청소년들은 주민번호를 도용하거나 국내에서 규제가 불가능한 해외게임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 뻔하다. 이렇듯 규제를 위한 규제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2006년 국가청소년위원회의 통계자료를 보니 중학생 81%, 고등학생 72%가 일주일에 1~2회 이상 온라인게임을 한다고 한다. 지금은 물론 수치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거의 모든 학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게임은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이는 강제적인 차단이 어려운, 이 시대의 대표적인 청소년 문화가 되었다.

요즘 청소년들은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며 친구를 사귀고, 경제의 흐름을 배우며, 사회성을 익힌다. 규제를 위한 정책 보다는 역기능을 깊이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은 어떨까? 또 게임의 순기능을 키워가는 것은 어떨까? e스포츠영역의 발전으로 새로운 여가생활이 생겨나고, 프로게이머라는 대중적인 인기를 가진 전문직업이 탄생하고, 엔터테인먼트 문화 영역을 키웠던 것처럼 말이다.

게임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서 당당하게 그 역할과 기능을 다 할 수 있기를 게임업계의 일원으로서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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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양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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